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에서...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다.
명심(冥心)이 있는
사람은 귀와 눈이 마음의 누(累)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섬세해져서 갈수록 병이 된다.
지금 내 마부는
말에 밟혀서 뒷 수레에 실려있다.
그래서 결국 말의 재갈을 풀어주고
강물에 떠서 안장위에 무릎을 꼰 채
발을 옹송거리고 앉았다.
한번 떨어지면 강물이다.
그땐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
마침내 내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번이나 강을 건넜건만
아무 근심없이 자리에서 앉았다 누웠다
그야말로 자유자재한 경지였다.
"만물은 그자체로는 빛을내지 못하니
본체는 어둡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예컨데, 어두운 밤에 거울을 들여다보면
목석처럼 아무것도 비치지 않지요.
이는 거울이 비록
비추는 성질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스스로 빛을내지 못함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햇빛을 비친 연후에야
빛을내기때문에
그 반사하는 곳에
그림자가생깁니다.
물과 밝음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저 땅덩어리 밖으로
바다가 둘러있는건
비유하자면 커다란 유리거울과 같습니다.
만일 달나라에서
이 땅을 바라본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상현이니 하현이니 보름이니,
그믐이니 초하루니 하는 현상이 있겠지요.
제가 달 속의 세계라고 말할때,
거기에 정말로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건 아닙니다.
땅의 빛을 설명하기 위해
달 속의 세계를
임시로 끌어왔을 뿐이지요.
달의 위치에서 이 땅을 바라본다면
이 땅위에서 저 달의 밝음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겁니다."
_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불법의 인연법과 매우 닮아 있다.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생각을 언어로 이해하기엔 부족하니....